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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그 가족 특히 자녀세대가 떠안는 간병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부모가 치매에 걸리면 자연스럽게 자녀가 돌봄을 책임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이로 인해 직장생활과 경제활동에 막대한 제약이 발생합니다. ‘치매는 가족의 병’이라는 말처럼 자녀세대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재정적 압박에 동시에 시달리고 있으며, 장기적인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치매가족을 둔 자녀세대의 현실과 그로 인한 삶의 균열,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정책의 필요성을 짚어봅니다.

치매는 환자 한 사람의 질병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을 바꾸는 병입니다. 특히 자녀세대는 부모의 치매 진단과 동시에 ‘간병인’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떠맡게 됩니다. 이는 감정적으로 매우 복잡한 상황을 만듭니다. 부모에 대한 책임감, 죄책감, 사랑과 분노가 뒤섞이며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현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중 하나는 “치매는 가족의 인생을 집어삼킨다”는 표현입니다. 실제로 많은 자녀가 본인의 가정을 돌보는 동시에 부모의 치매 간병을 감당하면서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소진을 겪습니다. 환자가 중증일수록 돌봄 시간이 하루 8~12시간에 달하기도 하며, 자녀들은 휴식 없는 삶을 지속하게 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자녀 개인의 삶이 희생된다는 점입니다.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는 것은 물론이고, 이직이나 퇴사를 고민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이처럼 치매는 환자 개인을 넘어서 가족 전체, 특히 ‘자녀의 인생 경로’를 바꾸는 중대한 사건으로 작용합니다.

직장생활과 간병의 양립 불가능 (직장생활)

치매 간병을 병행하며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자녀세대 대부분은 30~50대의 경제활동 인구이며, 부모의 치매 돌봄을 병행하려면 필연적으로 직장과의 갈등이 생깁니다.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녀는 자주 조퇴하거나 휴가를 내야 하며, 야근이나 출장 등 업무 확장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은 동료나 상사의 눈치로 이어지고, 결국 이직 혹은 퇴사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치매 가족을 돌보는 자녀 중 30% 이상이 ‘직장생활을 포기할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정부는 가족 돌봄 휴가제, 시간제 근무 유연화 등의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나 실효성은 낮은 편입니다. 현실에서는 소규모 기업에서의 적용이 어렵고, 직장 내 인식 개선도 부족해 제도 활용률이 높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제도 이용 시 임금 손실이나 경력 단절이 동반되기 때문에 많은 자녀들이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결국, 자녀세대는 직장과 가족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에 놓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가계 소득의 불안정과 개인 커리어의 단절로 이어집니다.

간병비와 재정 압박의 이중고 (재정압박)

치매 간병은 단순한 시간 소모가 아닙니다. 막대한 재정적 부담도 함께 발생합니다. 약값, 병원 진료비, 재활치료, 간병인 고용비, 요양시설 이용료 등 치매 관련 비용은 항목이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특히 중증 치매환자는 24시간 상시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족이 직접 돌보지 않는 경우 간병인을 고용해야 하며, 월 25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비용은 대부분 자녀세대가 부담하게 되며, 이는 가계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줍니다. 자녀가 결혼을 미루거나, 주택 마련이나 자녀 교육비 등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한 명의 중증 치매 환자를 돌보는 데 연간 최소 2천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통계는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또한 정부의 장기요양보험이 있긴 하지만, 등급 판정 기준이 까다롭고 보장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실질적인 간병비 지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비용은 여전히 가족이 직접 부담해야 하며,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조차 빈곤으로 추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제적 압박은 단지 현재의 삶을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자녀세대의 미래 자산 형성과 노후 대비까지 방해하게 됩니다. 즉, 치매는 한 세대의 문제를 넘어 ‘가계 세대 간 전이되는 경제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치매 간병은 자녀세대의 삶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고, 가계 재정을 압박하며, 개인의 미래 설계를 가로막습니다. 이제는 가족이 아닌 사회가 이 문제를 함께 짊어져야 할 때입니다. 간병 지원 정책의 확대, 직장 내 유연 근무 보장, 요양보호 체계 강화 등이 시급히 뒷받침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치매 돌봄을 ‘가족의 책임’이 아닌 ‘사회의 의무’로 인식하는 문화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치매 가족이 된 자녀의 현실 모습
치매 가족이 된 자녀의 현실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