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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치매 돌봄의 또 다른 치료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기 위해 약물치료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인지 놀이’입니다. 놀이를 통해 뇌에 자극을 주고, 남아 있는 기능을 활용함으로써 뇌 회로를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치매 환자의 단계별 상태에 맞는 인지 놀이법과, 보호자가 함께할 수 있는 실용적인 활동들을 소개합니다. 집에서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놀이를 통해 환자의 자존감 회복과 보호자와의 정서적 교류도 함께 도모해 보세요.
치매는 기억력뿐만 아니라 판단력, 언어능력, 주의력, 공간 인지력 등 전반적인 뇌 기능이 점차 저하되는 질환입니다. 이러한 인지기능 저하는 단지 ‘못하는 것’이 늘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지고, 감정이 위축되며, 사회적 관계까지 단절되는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그런 이유로 치매 환자를 돌볼 때, 남아 있는 인지 기능을 자극하고 긍정적인 정서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바로 여기서 ‘인지 놀이’가 의미 있는 돌봄 방법으로 주목받습니다. 인지 놀이는 단순한 오락이 아닙니다.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기억력·주의력·언어·공간지각 등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활동으로 구성되며, 환자의 수준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한 비약물적 치료법입니다. 무엇보다도 보호자와 함께 놀이를 하면서 환자는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존중받고 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서적 안정은 인지기능 유지뿐 아니라, 행동심리 증상(BPSD) 완화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다양한 인지 놀이를 통해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즐겁게 자극받을 수 있다면, 치매와의 동행은 훨씬 건강한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치매 환자에게 효과적인 인지 놀이 5가지
인지 놀이는 치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일상 속에서 쉽게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실용적입니다. 아래는 집에서 실천 가능한 대표적인 인지 놀이 방법입니다.
1. 색깔 분류 놀이
색상이 다른 단추, 뚜껑, 구슬 등을 상자에 담아 놓고, 같은 색끼리 나누도록 유도합니다. 시각적 인지와 분류 능력을 자극하는 놀이로, 난이도 조절이 쉽고 반복성이 높아 중증 치매 환자에게도 효과적입니다.
2. 손글씨 따라 쓰기
환자가 좋아했던 시, 속담, 동요 가사 등을 큼직하게 적고, 그 아래 따라 쓰게 하는 활동입니다. 언어 능력과 기억력, 운동 기능을 동시에 자극하며, 본인의 이름이나 가족 이름을 쓰는 것도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줍니다.
3. 그림 맞추기 & 순서 배열
간단한 이야기 흐름(예: 밥 짓기 과정, 시장 가는 길 등)을 그림으로 그려 순서를 섞어 놓고, 다시 맞추도록 유도합니다. 인과관계 이해와 시공간 순서 인지를 자극하며, 이야기 나누기를 병행하면 효과가 배가됩니다.
4. 음악 따라 부르기 & 악기 흔들기
과거에 익숙했던 동요나 가요를 함께 부르며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거나, 마라카스·딸랑이 같은 간단한 악기를 흔들게 합니다. 청각 자극과 감정 표현을 유도하며, 그룹 놀이로도 확장 가능합니다.
5. 수 세기 & 퍼즐 놀이
작은 콩이나 단추 등을 세어보거나, 퍼즐 조각 맞추기를 통해 수리 능력과 도형 인지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맞췄을 때 즉각적으로 칭찬을 해주면 자신감 회복에도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놀이들은 대부분 별도의 준비물 없이도 진행이 가능하며, 보호자의 간단한 설명과 지지로 환자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답’보다 ‘참여’입니다.
놀이 속에 기억을 지키는 힘이 있습니다
치매 환자에게 인지 놀이는 약보다 먼저 작용하는 ‘마음의 치료제’가 될 수 있습니다. 놀이를 통해 단절된 세상과 다시 연결되고, 감정을 표현하며, 여전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놀이의 ‘질’이 아니라 ‘지속성’과 ‘정서적 교감’입니다. 하루 10분이라도 매일 반복되는 놀이 루틴은 뇌를 자극하는 꾸준한 훈련이 되고, 보호자와 환자 사이의 긍정적 관계 형성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인지 놀이는 보호자 혼자 부담을 느끼며 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터넷에는 다양한 치매 놀이 자료가 무료로 배포되고 있고, 지역 치매안심센터나 주야간보호센터에서도 워크북이나 교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놀이를 통해 웃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치매 돌봄의 가장 큰 보상입니다. 오늘 하루, 하나의 놀이로 환자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뇌에 작은 불씨를 지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놀이 안에 기억이 있고, 놀이 안에 회복이 있습니다.
